“사람을 던지는 스포츠?” 스코틀랜드 캐버 토스
처음 캐버 토스(Caber Toss)라는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누가 봐도 도저히 인간이 혼자 들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통나무를 두 손으로 안고,
전속력으로 달려가 앞쪽으로 던지는 이 경기의 모습은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런데 그 통나무는 절대 가벼운 장난감이 아닙니다.
단순한 힘자랑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경기는 스코틀랜드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자존심이 깃든 문화유산입니다.
캐버 토스의 유래
캐버 토스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방에서 유래한 전통 경기로, 수백 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한 기원은 문헌상 명확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고대 전사들이 체력과 균형감각을 기르기 위해 수행하던 훈련의 일환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통나무를 던지는 방식은 단순히 멀리 던지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통나무를 **‘수직으로 회전시켜 정면으로 떨어뜨릴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하이랜더(Highlander) 정신을 상징하는 이 경기 방식은, 전투에서 무거운 무기를 던지던 기술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경기 방식은 단순하지만 고난도
경기자는 ‘캐버’라고 불리는 거대한 통나무를 양손으로 들어올린 후,
수직으로 세운 상태에서 몇 걸음 달려가며 앞쪽으로 던져 회전시켜야 합니다.
단순히 멀리 던지는 것이 아니라, 통나무가 정확히 12시 방향으로 수직 회전 후 착지하는 것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점수는 얼마나 멀리 갔느냐보다, 얼마나 정확하게 회전했느냐가 관건입니다.
11시 방향이면 회전이 덜 됐다는 뜻이고, 1시 방향이면 회전이 과했다는 의미죠.
단순한 힘 싸움이 아니다
보기엔 그냥 힘 좋은 사람이 이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중심 잡기, 밸런스, 던지는 순간의 회전력 계산까지 필요한 고난도 경기입니다.
통나무는 길고 무거워 중심이 흐트러지기 쉽고,
달리는 동안 균형을 유지해야 하며, 던질 때에는 통나무가 완벽히 회전하도록 각도와 타이밍까지 조절해야 합니다.
잘못 던지면 자신 쪽으로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상당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하이랜드 게임의 꽃
캐버 토스는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하이랜드 게임(Highland Games)의 핵심 종목 중 하나입니다.
이 게임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음악, 춤, 음식, 맥주, 민속 복장 등이 어우러진
스코틀랜드 정체성과 전통문화의 집약체입니다.
그중에서도 캐버 토스는 관객들에게 가장 큰 환호를 받습니다.
그 거대한 통나무가 공중에서 회전하며 착지하는 순간, 모두가 숨을 멈추게 되거든요.
내가 느낀 캐버 토스의 매력
유튜브에서 처음 이 경기를 봤을 때, ‘와 진짜 이걸 사람 손으로?’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퍼포먼스 같았고, 참가자들이 실패하더라도 유쾌하게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경쟁적이면서도 공동체적인 분위기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오늘날 이 경기가 주는 의미
현대 사회는 너무 효율만 따지고, 실용적인 것만 추구합니다.
그러다 보면 인간적인 감정, 도전, 땀, 유쾌함 같은 ‘비효율의 아름다움’을 잊기 쉽습니다.
캐버 토스는 그런 감정을 다시 일깨워줍니다.
무거운 통나무를 번쩍 들어올리고, 전력을 다해 던진다는 건
마치 우리가 인생의 무게를 감당하면서도 한 발짝 내딛는 것과도 닮아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캐버 토스는 단순한 민속놀이가 아닙니다.
그 속에는 인간의 육체적 한계 도전, 정신력, 공동체 문화, 그리고 전통에 대한 깊은 자부심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저 보기만 해도 심장이 뛰는 그 순간,
우리는 잊고 지냈던 ‘진짜 인간성’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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