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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지식

죽음의 공놀이 멕시코 마야 전통 ‘포크타포크’

by yoonnicq 2025. 7. 22.

죽음의 공놀이, 마야 문명의 전설 ‘포크타포크’ 이야기

우리는 흔히 스포츠를 단순한 놀이로 생각합니다. 경쟁과 협동, 팀워크와 전략이 어우러진 스포츠는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공동체의 소속감을 높이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죠.
하지만 시간이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스포츠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곧 종교였고, 정치였으며, 심지어 목숨을 건 싸움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포크타포크(Pok-ta-Pok)’는 고대 마야 문명에서 행해지던 전통 공놀이인데, 단순한 경기 이상으로 무겁고 신성한 의미를 지닌 의식이었습니다.
제가 이 놀라운 전통놀이에 대해 처음 접했을 때 느낀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과연 어떻게 공놀이가 죽음과 연결될 수 있었을까요?

죽음의 공놀이 멕시코 마야 전통 ‘포크타포크’

포크타포크란 무엇인가?

포크타포크는 고대 마야인들이 즐기던 공놀이로, 오늘날 멕시코, 과테말라, 벨리즈, 온두라스 등 중남미 지역 전역에서 그 유적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 경기는 두 팀이 무거운 고무공을 주고받으며 득점을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공의 무게는 보통 3~4킬로그램 정도로 매우 무거웠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공을 손이나 발이 아닌, 엉덩이, 무릎, 어깨 등 제한된 부위만을 이용해 다뤄야 했다는 점입니다.
벽면에는 종종 고리 형태의 석조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안에 공을 통과시키는 것이 최고의 득점 방법으로 여겨졌습니다.
규칙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포크타포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의식’의 일부였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죽음과 종교가 얽힌 경기

포크타포크가 마야 문명에서 단순한 놀이로 분류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죽음’과 ‘제사’가 결합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야 신화에는 지하세계의 신들과 태양신이 포크타포크와 유사한 공놀이를 통해 우주의 질서를 다투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따라서 이 놀이는 신과 인간이 서로 교감하고, 세계의 균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됐습니다.
중요한 제사 경기에서는 패배한 팀의 주장이 ‘신에게 바쳐지는 제물’로 처형되었다는 학설이 있으며, 부조에는 피에서 곡식이 자라는 묘사도 등장합니다.

경기장의 유적과 신성한 공간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위치한 치첸이차의 경기장은 포크타포크의 흔적 중 가장 대표적인 유산입니다.
길이 96m, 폭 30m에 달하는 이 거대한 경기장은 당시의 사회적 위상과 의례적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벽에는 석조 고리와 정교한 부조가 새겨져 있으며, 경기장 옆에는 관중석, 제단, 의식을 집행하는 공간이 함께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포크타포크가 단지 ‘게임’이 아닌 ‘신과 인간 사이의 계약’임을 증명합니다.

고무공과 선수의 준비

경기에서 사용된 공은 천연 고무로 만들어졌으며, 식물성 혼합물을 통해 탁월한 탄성과 내구성을 지녔습니다.
무게가 무겁고 신체로 다뤄야 했기에, 선수들은 팔꿈치, 무릎, 가슴 등에 보호구를 착용했습니다.
이로 인해 선수는 단순한 유희자가 아닌, 고도로 훈련된 신성한 전사 혹은 제사장으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현대의 재현과 문화 계승

최근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는 포크타포크를 복원하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통 의상을 입은 선수들이 현대 규칙을 반영해 시합을 펼치고, 지역 사회에서는 이 문화를 통해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있죠.
박물관이나 학교에서는 포크타포크를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며, 문화유산의 보존과 확산을 동시에 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감상 – 삶과 죽음의 은유

저는 이 전통놀이를 알게 된 이후,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깊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마지막 무대였고, 누군가에게는 공동체의 안녕을 위한 희생의 장이었던 이 게임은 단순한 경쟁 이상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게임’과 ‘놀이’를 오락으로 소비하지만, 포크타포크는 그것이 곧 신앙이자 철학, 그리고 실존의 방식이었던 시대를 상기시켜줍니다.
어쩌면 지금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무대 위에서 각자의 포크타포크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성공을 향한 경쟁, 인정받기 위한 싸움, 자기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퍼포먼스. 포크타포크는 우리 삶의 은유처럼 느껴졌습니다.

맺음말

전통놀이는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고, 공동체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 고스란히 담긴 집약체입니다.
포크타포크는 ‘놀이’라는 이름을 가진 가장 진지한 의식이었고, 그 속엔 인간의 두려움과 용기, 믿음과 헌신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저는 단지 흥미로운 전통놀이 하나를 배운 것이 아니라,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복잡하고 깊이 있는 존재인지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도, 어쩌면 또 다른 형태의 포크타포크일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