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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지식

“야, 벽 때리지 마!” 일본의 가벽부수기 경기 ‘Kabe-dashi’

by yoonnicq 2025. 7. 26.

“야, 벽 때리지 마!” 일본의 가벽부수기 경기 ‘Kabe-dashi’

무너지지 않는 정신력의 대결

보통 “야, 벽 때리지 마!”라는 말은 싸움을 말리는 표현이지만, 일본의 한 전통 경기에서는 오히려 가장 필요한 구호입니다.
바로 ‘Kabe-dashi(かべ出し)’, 즉 가벽 부수기 경기입니다.

이 경기는 겉보기엔 단순해 보입니다. 참가자가 일렬로 놓인 얇은 목재 벽을 맨몸으로 돌파해 나가는 형식이니까요.
하지만 이 안에는 일본 무도 정신, 수행적 자세, 그리고 개인 극복이라는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야, 벽 때리지 마!” 일본의 가벽부수기 경기 ‘Kabe-dashi’

무도에서 탄생한 경기

Kabe-dashi는 근대 일본 무도장의 훈련 방식에서 유래됐습니다.
몸과 정신을 단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장애물 돌파’ 훈련을 실시하던 것이, 나중에는 체육대회와 축제에서 퍼포먼스 형식으로 전환된 것이죠.

이후 몇몇 지방 축제에서 “기술과 인내의 대결”로 소개되며, 경기 방식이 정형화되었습니다.
지금은 일부 대학, 사찰 행사, 혹은 TV 예능에서도 등장할 정도로 일본 고유의 전통 놀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경기 규칙과 방식

Kabe-dashi의 룰은 단순하지만 까다롭습니다.

  • 3~5개의 가벽을 일직선으로 설치
  • 참가자는 5~10미터 간격으로 뛰어와 가벽을 부수고 통과
  • 단순한 힘보다는 ‘중심’, ‘자세’, ‘안전’이 관건

무작정 부수면 감점 대상이 됩니다.
벽의 정중앙을 정확히 타격하면서 부상 없이 통과하는 것이 이상적인 기술입니다.
심지어 벽에 예를 표하거나, 절도 있게 시작하는 자세까지 점수 요소가 됩니다.


조용한 긴장, 순간의 폭발

경기장 분위기는 매우 독특합니다.
선수는 출발선에서 벽을 바라보며 몇 초간 숨을 고르고, 관중은 숨을 죽인 채 지켜봅니다.

그리고 “쾅!”
목재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벽이 갈라지고, 참가자는 다음 벽을 향해 다시 달립니다.
이 과정이 이어지면 관중석은 함성과 웃음, 감탄으로 물들죠.
격투기와는 또 다른 종류의 몰입감과 리듬이 있습니다.


내가 본 Kabe-dashi

처음엔 영상을 보고 웃었습니다. “벽을 부순다고? 왜?”라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곧 알게 되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쇼가 아니라 수행에 가깝다는 것을요.

참가자들은 뛰기 전에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자세를 정확히 취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벽을 넘고 나서도 뒤를 돌아보며 감사를 표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죠.


현대 일본 사회에서의 의미

이 경기는 현재 일본 사회에서도 ‘자기 극복’의 상징으로 쓰입니다.

  • 기업 신입사원 연수
  • 청소년 리더십 캠프
  • 학교 졸업 행사 등

“우리 팀이 넘을 벽은 무엇인가?”
“벽 앞에서 멈출 것인가, 돌파할 것인가?”

이런 비유로 사용되며, 상징적 퍼포먼스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인생에도 벽은 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벽을 만납니다.
거절, 실패, 실망, 상실, 고통… 그 모든 것이 때론 아주 견고한 벽처럼 느껴지죠.

그럴 때 필요한 건 ‘무조건 박살내는 힘’이 아니라,
‘타격점’을 찾아내는 집중력,
‘반동’을 이겨내는 중심 유지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시 일어나는 마음’입니다.

그런 점에서 Kabe-dashi는 아주 은유적인 스포츠입니다.
그리고 조용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당신도 당신만의 벽을 부술 수 있다.”